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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도시재생 현장을 가다] ①황량한 한옥촌에서 1천만 관광 명소로

협회관리자 0 340

편집자 주 = 현대 도시의 이면 곳곳에는 쇠퇴로 인한 도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와 신도시 개발, 기존 시설의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쇠퇴는 갈수록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쇠퇴한 도시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도시재생은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의 재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모범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찾아 소개함으로써 올바른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전주 한옥마을 봄 풍경 

전주 한옥마을 봄 풍경 [촬영 백도인]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한해 1천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명소 전주 한옥마을. 그러나 30여년 전만 해도 낡은 집들과 날로 줄어드는 인구, 활기 없는 거리로 대변되는 대표적 구도심이었다.

한옥마을의 눈부신 변신은 도시재생사업 덕분이다. 한옥마을은 대규모 한옥촌이라는 유산을 살려 황폐화하는 구도심을 전국 최고의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킨, 국내 최고의 도시재생 사례 가운데 하나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전주 한옥마을은 이제 한옥마을을 넘어 인근 구도심의 활성화까지 끌어내는 가장 뜨거운 곳이 됐다.

전주 풍남동 일대 한옥마을은 일제 강점기인 1910년대에 조성되기 시작했다. 일본인들이 전주 부성의 성곽을 헐고 성안으로 들어오자, 이에 대한 반발로 조선인들이 풍남문 동쪽에 700여채의 대규모 한옥촌을 형성했다.

그러나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한옥촌이라는 장점에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고, 여느 구도심처럼 조금씩 슬럼화의 길을 걸어야 했다.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되면서 건물 개보수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자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했다.


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옥마을은 1999년 전주시가 '한옥마을 조성사업'에 나서면서 변화의 시작을 알린다. 2002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한옥 개·보수비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이듬해에는 한옥마을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경제 활성화와 문화 발전을 꾀하기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했다.

그 후 약 10여년간 국비와 지방비 1천300여억원을 들여 한옥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마을 안의 도로와 골목, 시설을 새로 단장했다. 한옥 건축 양식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전시하는 한옥박물관, 한옥 건축물을 체험하는 한옥체험장, 선비들의 삶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선비문화관 등의 공공시설도 차례로 건립했다. 대한황실의 후손이 머무는 승광재, 다양한 가양주를 빚어보고 맛보는 전통술박물관, 전주 한옥마을이 낳은 작가 최명희의 삶과 문학 혼을 볼 수 있는 문학관 등 다양한 문화 및 체험 공간도 속속 문을 열었다.

풍부한 문화유산은 한옥마을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였다. 태조어진을 모시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에 지어진 경기전, 1908년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건립된 호남지방의 서양식 근대건축물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전동성당, 조선시대 교육 기관인 400년 전통의 전주향교, 조선시대 시인 이이의 생가로 유명한 전주 이목집 등이 마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전통한옥이 주는 '느림의 미학'과 오랜 역사의 고즈넉한 문화유산들이 조화를 이루며 빚어내는 '삶의 여유와 휴식'은 도시민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회사원 성정숙(53·서울)씨는 "숨통이 터지는 것 같다"는 한마디 말로 한옥마을의 장점을 요약했다. 그는 "한옥마을은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편안함과 함께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라며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옥과 낮은 담장, 아기자기한 골목, 경기전이나 향교의 여유로움이 좋아서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면 찾곤 한다"고 말했다.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앞 거니는 관광객들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앞 거니는 관광객들 [촬영 백도인]
즐길 거리를 늘리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한옥마을 어디를 가나 아기자기한 공연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체험 행사를 만날 수 있게 했다. 비빔밥축제, 한지문화축제, 조선팝축제, 재즈 페스티벌 등도 연중 열어 흥을 돋우고 있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정식, 막걸리 등 '맛의 고장' 전주를 상징하는 풍성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의 음식들도 한옥마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방치된 서 말의 구슬'을 하나둘 꿰맞추면서 한옥마을은 국제슬로시티, 한국관광의 별, 한국관광 으뜸 명소 등에 잇따라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고, 서서히 관광명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관광객 집계가 처음 시작된 2002년 당시 한옥마을의 관광객은 31만명에 불과했다. 관광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인 2008년 130만명으로 수직 상승했고 2010년 328만명, 2012년 493만명, 2015년 619만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6년에는 1천64만명으로 사상 첫 1천만명 시대를 열었고 코로나19 암흑기를 지난 직후인 2022년에는 1천129만명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급증세였다. 전주시는 올해 목표를 1천500만명으로 잡고 있다. 이미 1∼2월에 작년 같은 기간의 배가 넘는 305만명이 찾을 만큼 증가세가 가팔라 목표 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름답고 깔끔하게 정비된 전주 한옥마을 골목 

아름답고 깔끔하게 정비된 전주 한옥마을 골목 [촬영 백도인]

밀려드는 관광객은 한옥마을뿐만 아니라 인근 구도심까지 빠르게 활성화시키고 있다.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인근의 풍남동, 교동, 중앙동 일대에까지 대형 호텔 등 숙박시설과 음식점, 놀이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고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 전라감영 복원과 고물자골목, 객리단길 등의 문화형 골목 정비 등 한옥마을 인근의 구도심 재생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옥마을 관광객의 동선이 확대되면서 구도심이 활기를 띠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한옥마을 인근의 구도심으로 관광객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며 "한옥마을의 성공이 인근 구도심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지는,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시장은 "한옥마을의 유례없는 성공은 우리만의 가치 있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살려 현대인의 '삶의 여유'에 대한 갈망을 풀어주고, 여기에 풍성한 즐길 거리와 먹거리를 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한옥마을의 성공이 구도심의 완전한 활성화로 연결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doin100@yna.co.kr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30512056600055?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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