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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도시재생 현장을가다] ②인구 70% 급감 황폐한 구도심의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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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현대 도시의 이면 곳곳에는 쇠퇴로 인한 도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와 신도시 개발, 기존 시설의 노후화가 맞물리면서 쇠퇴는 갈수록 빠르고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쇠퇴한 도시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주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도시재생은 쇠퇴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의 재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도시 재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모범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찾아 소개함으로써 올바른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원형 그대로 살려 카페와 공연시설로 활용되는 일본식 가옥들 

원형 그대로 살려 카페와 공연시설로 활용되는 일본식 가옥들

[촬영 = 백도인 기자]


(군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 군산은 일제의 수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다. 일제 강점기에 군산항이 쌀 수탈의 전진기지로 이용됐던 탓이다. 당시 1만여명의 일본인이 거주했던 만큼 군산항 일대의 장미동과 월명동, 영화동, 신흥동 일대에는 아픈 역사가 배어있는 일제의 근대 건축물과 적산가옥들이 즐비하다.

방치됐던 일제 잔재들은 그야말로 처치 곤란이었다. 그냥 헐어내기에는 아까웠지만, 국민의 반일 정서를 고려할 때 마땅한 활용 방법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1979년 대규모 외항이 건설되면서 군산항 일대 구도심의 쇠락이 본격화했다. 항구 기능을 잃은 데다 신시가지까지 개발되며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빈집과 상가가 넘쳐났다. 원도심의 인구는 무려 74%나 격감했다. 

쇠락의 길을 걷던 군산항 일원은 2009년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인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으로 대반전을 이뤄냈다. 일제의 근대 건축물과 적산가옥이 어엿한 근대 문화유산으로 재탄생하면서 전국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역사적인 건축물과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 및 복원 작업이었다. 국내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인 군산세관은 일본 18은행과 함께 외형을 그대로 살린 채 근대미술관으로 거듭났고 조선은행 군산지점은 근대건축관으로 재탄생했다.

호남관세박물관으로 쓰이는 옛 군산세관

호남관세박물관으로 쓰이는 옛 군산세관

[촬영 = 백도인 기자]


수탈용 쌀 보관 창고였던 대한통운 창고는 공연장으로 되살리고 1913년 건립된 군산우체국은 우체국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당시 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했던 각급 학교, 의료기관들도 최대한 원형을 살려 복원했다.

옛 검역소와 시청 터 등의 유휴 공공공간에는 체험 거점시설을 조성해 관광 인프라를 구축했다.

산재한 도심의 적산 가옥들은 원형을 최대한 살려 찻집과 음식점, 공연장, 숙박시설 등으로 쓰고 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이색적인 분위기이다 보니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 멜로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 등도 훌륭한 관광 소재가 되고 있다.

짬뽕으로 대변되는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도 관광객의 발길을 끌며 사업 성공의 토대가 되고 있다. 항구도시라는 이점을 살려 만든 수변 산책로와 진포해양테마공원은 훌륭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골목길을 정비하고 보행자 중심의 가로환경을 조성해 관광객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신영시장 폐 철도부지의 도시재생사업 전과 후

신영시장 폐 철도부지의 도시재생사업 전과 후

[군산시 제공] [촬영 = 백도인 기자]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도 군산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을 이끈 요소다. 월명동 우체통거리는 폐우체통에 그림을 그려 상점 앞에 세우자는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우체통은 새로운 볼거리가 됐고, 군산시가 이 거리 전체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면서 일약 군산을 대표하는 도보 관광코스로 발돋움했다.

여기에 손 편지 축제, 시간여행축제와 같은 다양한 행사까지 열면서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음식점과 찻집 등이 활기를 띤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토박이 주민이라는 김모(41·여)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정말 지저분하고 살기 불편해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던 곳이었다"면서 "이제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넘쳐나는 등 무척 활기찬 곳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사업 추진 전 22만명에 불과했던 관광객은 2015년 82만명, 2016년 102만명으로 급증했다. 현재의 연간 관광객은 300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때 200여개에 달했던 빈 상가는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2013년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2014년에는 도시재생 선도지역에 지정됐다. 아픈 역사와 문화가 담긴 근대 문화유산을 자산으로 삼아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도약하고, 쇠퇴한 도심의 재생까지 이뤄낸 것이다.

'째보스토리' 리모델링 전의 모습과 후의 모습

[군산시 제공] [촬영 = 백도인 기자]

두 초등학생 아들의 현장 체험학습을 위해 남편과 함께 군산을 방문했다는 유화정(35·대전)씨는 "일제가 남긴 근대 문화유산은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이색적인 풍경들"이라면서 "아이들 교육적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아 왔는데 체험 거리도 많고, 주요 문화시설의 입장료도 싸고, 음식도 맛있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부터는 2단계 사업이 시작됐다. 항만 기능을 잃은 군산항 인근의 또 다른 선창인 째보선창과 해신동 일대로 사업 구역을 넓혔다. 째보선창은 조기를 비롯한 각종 생선과 소금, 쌀을 실어 나르는 배가 수시로 드나들면서 돈이 넘쳐났던 곳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포구 및 어판장 기능을 상실한 뒤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곳곳에 무너져 내린 빈 건물들이 즐비했고 골목 곳곳은 비릿한 바다 냄새가 밴 쓰레기로 넘쳐났다.

홍경현 군산시 도시재생과 주무관은 이 일대를 "완전히 버려지다시피 해 엄두가 나지 않았던 지역"이었다면서 "근대문화거리를 찾는 관광객의 동선을 확대하면서 망가진 이 일대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사업이었다"고 설명했다.

군산시는 흉물이 된 옛 수협창고를 '군산 째보스토리 1899'로 리모델링했다. 1층에는 수제맥주를 생산해낼 대규모 공동 양조장과 체험 판매관을 들이고 지역 청년들에게 양조기술을 가르쳐 창업하도록 했다. 보리 원료는 군산지역의 전용 재배단지에서 공급받게 해 보리 재배, 맥아 가공, 맥주 양조, 판매가 지역 안에서 모두 이뤄지는 체계를 갖췄다. 100% 국산 맥주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까지 갖추면서 째보스토리는 방문객이 줄을 잇는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째보스토리 안의 대형 수제맥주 판매관 외부와 내부의 모습
째보스토리 안의 대형 수제맥주 판매관 외부와 내부의 모습

[촬영 = 백도인 기자]

여기에 2층과 3층에는 공연장과 회의장 등의 문화시설, 청년 기업들을 입주시켜 도시재생의 거점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인근의 전통시장인 신영시장 주변의 옛 한화 공장과 폐철도 부지 8천여㎡는 숲으로 재탄생시켰다. 또 강당과 도서관, 공유카페, 공유주방, 일자리 정보센터, 청년 해외 취업 지원센터 등을 갖춘 '청년뜰'을 만들어 젊은이들의 소통 공간이자 취업 및 창업의 거점으로 삼았다. 어두운 골목은 안심 보행길로 만들어 주민과 관광객의 걱정을 덜게 했다. 오랜 역사의 전통시장인 신영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방치된 각종 창고시설은 청년 창업 공간으로 속속 탈바꿈시키고 있다.

인근의 해신동에도 내년까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된다. 정부 공모에 선정돼 확보한 국비 등 250억원을 투입해 해산물 융복합클러스터와 문화파크를 만들고 야간경관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홍 주무관은 "아픈 역사의 근대 건축물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해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이를 토대로 주변 지역의 재생까지 차례로 이어 나가면서 전국적인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2단계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전주 한옥마을 못지않은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oin100@yna.co.kr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30525067500055?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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