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이제는 지방시대] 부산도 파리처럼… ‘15분 생활권’ 새 도시재생 박차
부산시가 ‘15분 도시’ 정책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분 도시는 집에서 걷거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일상생활이 모두 가능한 도시다. 그림은 부산시가 이런 차원에서 추진하는 중앙자전거전용차로 조감도.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입한 ‘15분도시’ 정책이 대표생활권 조성사업인 해피챌린지 시즌2를 통해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2005년부터 ‘산복도로 르네상스’ ‘도시재생 뉴딜’ ‘북항 재개발’ 등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지속 추진해 왔다. 그러나 폐쇄성 제한성 불연속성 등으로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동성 제약으로 라이프스타일이 생활권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도시재생 사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부산시가 ‘15분도시 부산’이라는 새로운 도시 재생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2021년 박형준호 출범과 함께 출발한 15분도시는 도입 당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유럽 도시에나 어울린다는 반응과 함께 출발지와 도착지의 지리 여건과 이동수단 등 기본 개념에 관한 논란이 한동안 지속됐다.
15분도시는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집에서부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15분 이내에 출퇴근과 의료 상업 등 일상생활이 모두 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개인과 자동차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을 공동체와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미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글로벌 트렌드다. 부산이 도입한 이래 제주 광주 청주 등이 ‘15분도시 생활권’ 구축을 잇달아 추진 중이다.
시는 지난해 9개월간의 용역 끝에 15분도시 부산의 개념을 정립하고 기본구상안 마련을 완성했다. 부산은 주요 간선로를 따라 750m 이내에 시가화가 되어 있어 평면상으로는 보행 생활권 조성이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산 전체 인구 중 76.7%가 10도 이상의 경사지에 거주하고 있어 도보·자전거로 이동 시 15분 생활권 범위를 좁게 설정해야 했다. 즉, 15분도시의 효시인 프랑스 파리와 다르게 수직 이동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권 내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수직 이동은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과 전기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로 극복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시는 접근성, 연대성, 생태성 등 3대 목표를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도시 만들기 전략을 추진한다. 대표적으로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과 노인들을 위한 하하(HA-HA) 센터, 선형공원 등이다. 시는 이런 개념 등을 토대로 지역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해피챌린지를 통해 성공사례를 창출하고 유사 생활권으로 15분도시를 확산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피챌린지는 부산시가 추진하는 15분도시 사업의 브랜드다. 오는 2027년까지 1650억원을 투입해 5개의 대표생활권과 6개의 시범사업권을 15분도시로 조성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제1차 해피챌린지 사업에 당감개금, 신선남항·망미수영이 선정했으며 제2차 해피챌린지 사업 예비 후보지로 동·북·사하·사상구 등을 선정했다. 대표생활권에는 300억원을, 시범사업권에는 권역별로 20억~3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프로토 타입의 15분도시 모델을 만든 뒤 시 전역으로 확대한다.
시는 또 오는 10월까지 부산지역 16개 자치구·군을 대상으로 ‘15분도시 비전투어 시즌2’를 추진한다. 자치구·군에서 100억원 규모의 15분 생활권 조성사업을 발굴해 제안하면 토론을 거쳐 300명 규모의 청중평가단 현장 투표로 대표사업을 결정한다. 시즌3에서는 직접 선택한 과제들이 어떻게 추진되었는지 모니터링하고 수정·보완하는 피드백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더 나아가 15분도시 정책이 구체적인 효과를 발휘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빅데이터 기반 도시계획 연구·개발(R&D) 실증 사업도 추진한다. 시는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사와 협업해 15분도시의 완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및 지수’ 개발을 진행한다.
박형준 부산시장
“15분도시 구축해 ‘삶의 만족도 1위’ 부산으로”
“15분도시를 통해 생활이 편리한 삶터를 함께 나누는 ‘삶의 만족도 1위’ 부산을 만들겠습니다.”
박형준(사진) 부산시장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2030년 글로벌 만족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도보와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15분도시를 구축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부산시장으로 취임한 이후 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통한 보행권 중심의 생활 정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박 시장은 “그동안 활발하게 추진해 오던 도시재생, 재개발·재건축 등이 한계 상황에 직면하면서 15분도시는 단순한 정책 수단을 넘어 앞으로 시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5분도시는 인구와 시가화 구조, 지형적 특성 등 생활권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실현되며 각 생활권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조기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거주 시민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참여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15분도시는 짧은 시간 내에 큰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정책 수단의 유연성, 민첩한 의사결정, 지역 기반의 다양한 연구, 법정 계획과의 연계 등의 과제는 물론 국정과제화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최근 정부도 포스트 도시재생사업으로 부산시가 도입한 15분도시를 주목하고, 생활권 조성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온·오프라인 ‘주민의 창구’ 개설 등 시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비롯해 15분도시 성공을 위해 민·관·산·학이 함께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출처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304334&code=11131418&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