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브리핑] 세계음식 알리는 다문화 마을 도시재생
골목길을 단장하고, 벽화를 그리고, 시설을 개선해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도시재생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역 가까이 도시재생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마을의 거리를 걸으면서 ‘다문화 융합’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를 발견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다문화 마을 첫 뉴딜 사업지인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서 원주민과 외국인의 어우러짐을 목표로 하는 남다른 의미의 도시재생을 느꼈다.
인천 연수구 원도심인 함박마을에 들어서니 키릴문자로 쓰인 간판들이 눈에 띈다. 케밥, 샤슬릭, 펠메니와 같은 메뉴의 러시아 음식점과 우즈베키스탄 빵 가게가 있고 몽골, 카자흐스탄 나라 이름들이 보인다. ‘세계음식 문화거리’가 조성되는 함박마을은 다문화 마을 첫 뉴딜사업지다. 2020년 11월에 선정이 되어 2024년까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된다.
이 곳은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서 살던 고려인 거주 비율이 전체 주민의 절반 가까이 되는 다문화 마을이다. 고국인 한국으로 돌아온 약 4000여 명의 고려인이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려인의 주식인 커다란 빵, 러시아 식료품, 당근김치 등이 소개되었고, 중앙아시아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과 식료품점 거리가 인근 주민들에게도 명소가 되었다.
함박마을 주택가를 둘러보니 벌써 예쁜 벽화로 골목골목이 단장되었다. 행정안전부 협력형 사업을 통해 주민과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류하는 마을공유공간을 올해부터 정식 운영했고, 골목길 CCTV와 야간 조명을 추가로 설치하는 도시재생 사업도 진행한다. 그런데, 주민들만 마을 안에서 알아채는 변화에 집중한 것이 아닌, ‘세계음식 문화거리’를 조성한다고 하니 외부인인 나도 나들이 장소 하나를 얻은 듯 반갑다.
세계음식 문화거리 조성과 더불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함박마을에는 세계문화상품창작소, 상생교류소도 들어서게 된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해 다문화간 융화를 이루는 것이 함박마을 도시재생의 핵심이라고 한다.
그동안 ‘함박마을 탐방’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에게 세계음식 체험과 다문화 이해의 장을 열어주었는데, 도시재생을 통해 고려인 마을을 관광상품으로 육성한다니 더 나은 환경에서 새로운 문화를 누리게 될 것 같은 기대가 든다.
함박마을 도시재생의 목표는 낡고 오래된 주거 환경의 개선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는 점이 의미있어 보인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공존하기를 바라는 노력이 와닿는다. 고려인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서로 상생하는 재생사업이 되도록 힘을 모으고, 서로의 문화가 융합되는 도시재생이라는 점에서 마을 밖까지 아우르는 포용으로 다가온다.
함박마을 거리를 걷다보니 곳곳에서 다문화 융합을 위한 모두의 노력을 엿보게 된다. 분식점 메뉴판과 상점 간판에는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한국어가 표기되어 모두를 위한 문화가 보인다. 방문객에게는 외국과도 같은 낯선 공간과 음식인데, 외부에 메뉴판 설명을 해두어 어떤 음식인지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의 지원과 더불어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거리 디자인도 설계하고,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도시재생 사업이 마무리될 즈음이면 함박마을 세계음식 문화거리는 한국 문화와 중앙아시아 문화, 또 두 문화가 융합되어 새롭게 탄생할 문화까지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
도시재생에서는 많은 문화들이 그 주인공이 되는데, 이렇게 다문화 특성을 도시재생의 문화 콘텐츠로 활성화시키는 노력은 더욱 의미가 있어 보인다. 고려인과 주민들이 더불어 공존하는 통합재생이 조화롭게 이루어지고, 세계음식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방문객들 또한 도시 활성화에 기여하는 폭 넓은 도시재생으로 성과를 내기 바란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최유정 likkoo@naver.com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901736&pageIndex=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