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매일] 도시재생 공정하고 투명해야
강대길 울산시의회부의장
살아있는 모든 것은 필연적으로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길을 걷는다. 연약한 새싹이 돋아나 이어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신록(新綠)의 시기를 거쳐 색이바래 단풍이 되고 이내 찬 서리 속에 마지막 잎새로 사라지는 삶의 궤적은 단지 나뭇 잎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리라.
생명은 아니지만 많은 생명이 모여 이뤄지는 마을과 도시도 유사한 생명의 궤적을 그려간다.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하던 도시가 어느 순간 늦가을의 낙엽처럼 색이 바래어 사라져 가는 것을 우리는 역사의 현장에서 목격하곤 한다.
도시가 쇠퇴하고 소멸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도시의 생산력과 유효수요가 저하돼 지역 경제에 침체가 찾아온다. 이어 인프라 시설의 낙후 및 상권의 침체로 거주환경이 악화되며 주거 만족도가 저하되기 시작한다. 당연하게도 새로운 건축물을 지을 동기가 희박하기에 건축물 노후화 역시 급속도로 진행되며 아울러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져가고, 생산 가능 인구 그 중에서도 청년층의 도시 이탈이 가속화 된다.
산업화 시절에는 도시를 혁신시키는 방안으로 재개발 방식이 유효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하는 식의 재개발이 언제나 정답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도시재생이다. 많은 이들이 도시재생하면 동네 곳곳에 벽화 그리는 장면부터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은 낙후된 구도심에 벽화 그리는 정도의 단순한 사업이 아니다.
재생(再生). 말그대로 도시를 다시 살린다는 의미이다. 한 생명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 벽화 그리는 정도로 그렇게 간단하고 단순할 리 없지 않은가? 도시재생에 대해 일반적으로 접근해 보자면 일단 노후한 주거지를 정비하고 마을 주차장 등 기초생활 인프라를 확충시킨다. 이어 쇠퇴해버린 구도심을 혁신할 거점공간을 조성하고 혁신 거점 공간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주민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한다. 이렇게 구축된 주민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지역 기반 도시재생 경제조직을 활성화해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울러 이러한 일련의 사업과 연계해 주민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것을 통해 지역의 주거 여건을 개선해 떠나는 사람은 붙잡고, 외부로부터는 들어와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어 쇠퇴한 도시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것. 그것이 도시재생의 요체인 것이다.
도시재생에는 여러 중요한 요인들이 있지만 그 중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결국 도시는 사람이 떠남으로 쇠퇴하고 사람이 흥왕함으로 활성화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도시재생 성패의 핵심은 사람의 모임 즉 주민 중심의 거버넌스가 키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 가운데 도시재생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주민 중심의 거버넌스를 구축함에 있어 협동조합 기본법상의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을 도시재생 거버넌스의 대표조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하 조합)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지자체와 재생지역 실무를 담당하는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조합을 구성하기 위한 전(前)단계인 주민협의체 구성에서부터 다양한 주민의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재생 활성화 지역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효과적이고 투명한 홍보를 진행하고 조합에 참여하고자 하는 유효수요자를 면밀히 파악해 효율적으로 조직화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는 이해(利害)를 공유하는 특정 몇몇에 의해 설계되고 채색되는 ‘무늬만 주민 조합’이 아닌 다양한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조합을 만드는 것에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첫단추가 중요하다.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의 첫 단추는 공정하고 투명한 정보 전달과 의사 소통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강대길 울산시의회부의장
출처 : https://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9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