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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광주 도시재생 10년]<하>벚꽃·근대유산으로 골목마다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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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4일 오전 광주 서구 농성동에서 주민이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벚꽃 벽화가 그려진 담장을 지나고 있다. 2023.03.24.hyein0342@newsis.com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오래된 원도심과 한 때 핫플레이스로 불리다 침체기를 맞은 광주의 두 동네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었다.

벚꽃나무가 즐비한 농성동은 벚꽃을 매개로 마을과 주민 자치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근대문화 유산의 보물 창고로 불리는 양림동은 문화와 주민·관광객을 잇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사업이 끝나고도 지속가능한 마을 정체성 유지를 위해 여러 기관의 지원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벚꽃이 준 선물" 골목 정비에 자치 활력소까지


"낡은 동네가 벚꽃을 만나 눈에 띄게 화사해져 좋죠."

도심의 한 노후 동네가 벚꽃과 주민이 어우러진 말끔한 마을로 재탄생했다. 농성1동은 1970년대 상권·주거 복합지였지만, 50년이 지나면서 노후한 집과 도로만 남았다. 

최근 옛 상록회관 벚꽃 명소가 철거되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원주민은 하나 둘 떠나고 상권은 빠르게 쇠퇴했다. 2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율이 94%를 차지하고 4명 중 1명은 65세 이상 어르신들이다.

서구는 5년째 농성1동 벚꽃을 매개로 한 도시재생을 통해 주택·골목 정비, 주민자치 활성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울퉁불퉁하고 시멘트가 깨진 골목길엔 새 블록이 깔렸고, 페인트 칠이 벗겨진 담장엔 벚꽃이 아기 자기 새겨졌다. 어르신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오르내리막 곳곳엔 손잡이가 자리했다. 코를 찌르는 하수구 악취 차단 시설도 설치됐다. 20년 이상 지난 215가구에 대해 담장·외벽·현관문 수리도 이뤄졌다.

50년 째 살고 있는 심모(70)씨는 26일 "오래된 마을이 살기 좋고 말끔해져 참말로 좋다"고 말했다.

주민 스스로 마을을 가꾸고 수익을 창출하는 사회적협동조합도 지난 1월 출범했다. 골목 개선·마을 상점·환경개선 분과를 만들어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데 앞장선다. 내년 완공되는 주민 거점 시설에서 카페·빵집·반찬가게를 열어 새 일자리도 만들 예정이다.

마을 정체성인 벚꽃과 연계한 굿즈 제작·판매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벚꽃 모양의 빵이나 버찌열매·액을 활용한 반찬도 야심차게 준비 중이다.

조합원 김재옥(64·여)씨는 카페 운영에 앞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김씨는 2011년 11월부터 동네 주부 3명과 함께 거점시설이 완공될 때까지 농성동 벚꽃 가로수길에서 '상록벚꽃마을 카페'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일도 하고 수입도 생겨나 좋다"며 "최근엔 구청이나 공사장 직원 등 단골들도 생겨나 성취감도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설립인가 당시 14명으로 출발했던 조합원은 1년 새 62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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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4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에서 도시재생사업 일환인 문화관광교류센터 '양림문화샘터'가 세워져있다.  2023.03.24.hyein0342@newsis.com 



'근대역사의 보고'에서 문화·예술 부흥을 


또 다른 구도심, 양림동은 기독교 선교 문화유산과 가옥 건축물을 간직한 광주 근대 역사 문화 집적지다.

10여 년 전, 어르신 4~5명이 고철로 노후 주택 골목길을 기발하게 꾸민 '펭귄마을'에 카페·식당이 속속 들어서면서 광주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콘텐츠 정체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잠시 침체기를 맞기도 했으나, 코로나 해제와 함께 다시 봄날을 꿈꾸고 있다.

관할 남구청은 2018년부터 '근대 역사 문화의 보고, 살고 싶은 양림동 만들기'라는 슬로건 아래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6년째 진행 중이다. 초입길엔 여행자를 위한 쉼터와 전시 공간을 갖춘 '양림문화샘터'가 세워졌다. 4월부턴 골목비엔날레·미디어 아트 전시가 열린다. 근대 가옥과 미술관·기독교 선교지를 도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장욱 양림동 거점예술여행센터장은 "도시재생은 도시와 사람, 그리고 문화를 이어주는 하나의 플랫폼"이라며 "양림동은 근대화 과정을 담은 역사 이야기가 곳곳에 숨어 있는 작지만 강한 공간이다. 이런 콘텐츠 간의 연결점을 찾아 계속 찾고 싶은 관광 콘텐츠를 만드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청년창작소'와 북 콘서트 등이 열리는 '거리책방 플랫폼'도 들어선다. 여기에 주민, 방문객을 위한 도로 정비와 200대 가까이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도 새롭게 지었다.  이런 노력 탓에 양림동을 찾는 발길은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늘었다.

공방을 운영하는 김희영(64)씨는 "도로가 정비되고, 무엇보다 주차장이 생겨 찾는 사람이 조금 늘었다"고 밝혔다.

주민 복지도 빠트릴 수 없는 대목. 낡은 집수리와 공원 조성도 진행됐다. 특히 1000원 카페·2000원 식당 운영을 통해 주민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마을 자생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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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24일 오전 광주 서구 농성동 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상록벚꽃마을 카페'에서 주민이 음료를 만들고있다.  2023.03.24.hyein0342@newsis.com 



"건물이 능사 아냐, 지속가능한 운영이 생명수"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선 사후 관리와 다시 쇠퇴하는 'U턴 방지'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시설이 노후화하지 않도록 벽화 페인트 칠 등 지속적인 정비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주민 주도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자체·도시재생지원센터가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생 사업이 끝날 경우 비전문가 주민만 남아 기존 사업이 자칫 동력을 잃거나 침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영훈 농성동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는 "협동조합이 스스로 4층 규모의 거점 센터를 운영하고 마을 관리부터 수익 창출을 해야 하는데 민간 업체가 아닌 이상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항집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부분 지자체들이 도시재생 사업 공모·신청과 예산 추진에만 몰두한다"며 "지자체들도 도시 계획 전반 기획력을 기르고, 사업 이후 재생지에 지속적인 인적·물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관리가 어렵다면 도시재생지원센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원센터는 주민협의체·협동조합이 다양한 청년·문화·일자리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 부처와 연계하는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 활동가 출신 도시재생 전문가인 안평환 광주시의원도 최근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사업 이후 자생 방안을 강조하며 최초로 제정된 '제주 도시재생 사후관리 조례'를 모범적인 예로 들었다. 안 의원은 "지역 특성에 맞는 재생과 지역민들과의 지원·소통, 효율적 행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뉴시스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325_0002240699&cID=10809&pID=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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